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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명품 가방의 개인적 사용 목적 리폼에 대해 '상표권 침해' 부정

  • March 31, 2026
  • 이정원 변리사/ 조준영 변리사

최근 대법원은 가방 수선 전문업자가 고객의 요청에 따라 명품 가방을 다른 형태의 가방이나 지갑으로 변형하는 행위가 해당 고객의 "개인적 사용"을 위한 것인 경우 상표법상 상표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4다311181 판결).

 

 

▶ 사건의 배경

 

본 사건은 프랑스의 저명한 명품 브랜드인 원고 루이비통 말레띠에(Louis Vuitton Malletier, "루이비통")가 LV 모노그램 디자인에 대한 등록상표(상표등록 제0330235호 및 제0109060호)에 근거해 가방 수선 및 제작업을 영위하는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피고는 약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가방 소유자들로부터 루이비통 가방을 받아 이를 완전히 분해한 후, 원단과 부자재를 원재료로 재가공하여 물리적·화학적 처리, 봉제 및 부품 결합 등의 과정을 거쳐 원래 제품과 수량, 크기, 용량, 형태, 구조 및 기능 면에서 실질적으로 상이한 가방 및 지갑을 제작해 주는 이른바 '리폼' 행위를 하고, 이를 각 소유자에게 반환하였다. 

 

이에 대해 루이비통은 피고의 리폼 행위 및 리폼 제품을 소유자에게 인도한 행위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널리 인식된 루이비통 상표의 식별력 및 명성을 훼손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 특허법원의 판단

 

특허법원은 피고의 리폼 행위 및 리폼 제품을 소유자에게 인도한 행위가 루이비통의 상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특허법원은 ① 리폼 제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며 독립적인 상거래의 객체가 될 수 있으므로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하고, ② 기존 가방이 완전히 해체되어 원자재로 재활용되고, 물리적·화학적 공정을 거쳐 형태와 개수가 현저히 다른 제품이 제작된 점에서, 피고의 리폼 행위는 단순 수선이 아닌 "새로운 상품의 생산"에 해당하며, ③ 리폼 행위가 새로운 상품의 생산이라고 평가될 경우 리폼 제품에 표시된 상표는 해당 상품의 생산자 또는 판매자를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특허법원은, 피고가 리폼 제품의 출처를 루이비통인 것처럼 루이비통의 등록상표를 표시한 행위 및 해당 제품을 소유자에게 인도한 행위는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루이비통의 상표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여 금지청구를 인용하고 일부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면서, 원심이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은 본질적으로 상품이 상거래에 제공되어 시장에 유통되는 것과 결부되어 있음을 전제로, 상표의 표시 행위가 오로지 "개인적 사용"의 목적 하에서 이루어지고 해당 상품이 상업적 유통에 제공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상표권 침해도 성립될 수 없다는 법리를 판시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법리는 리폼업자가 소유자들의 "개인적 사용"을 위한 요청에 따라 리폼을 수행하고 완성된 제품을 해당 소유자들에게 반환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의 근거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였다. 첫째, 상표권자가 국내에서 적법하게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 해당 상품에 관한 상표권은 소진되며, 소유자는 이를 자유롭게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고, 리폼 행위 역시 이러한 소유권 행사의 일환에 해당한다. 둘째, 리폼은 개성·취향의 표현, 재활용·업사이클링, 제품 수명 연장 등의 정당한 목적을 가지는 경우가 많고, 이는 소유권 행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소비자 후생 증대, 환경적 지속가능성 확보와 같은 가치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리폼 행위와 관련된 상표권 보호의 범위는 합리적으로 제한될 필요성이 있다. 셋째, 개인적 사용 목적의 리폼 행위를 허용하는 이상, 이를 소유자가 직접 수행하는 경우와 전문 리폼업자에게 이를 의뢰하여 수행하는 경우를 달리 평가할 이유는 없다.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대법원은, 피고는 소유자들의 개인적 사용을 위한 요청에 따라 리폼을 수행하고 완성된 제품을 해당 소유자들에게 반환하였으므로, 설령 리폼 제품에 루이비통의 등록상표가 표시되었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이 있다고 할 수 없어 피고의 리폼 행위는 루이비통의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리폼업자가 실질적으로 전체 리폼 과정을 주도하고 리폼 제품을 자신의 상품으로서 상업적 유통에 제공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의 상표 표시 행위가 "상표의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 여부는 리폼 제품의 목적·형태·수량 등에 대한 최종적 의사 결정권의 주체, 리폼업자가 수령한 대가의 성격, 리폼 제품에 사용된 재료의 출처 및 비중, 리폼 제품의 소유관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음을 명시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이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당 쟁점에 관한 추가 심리를 위하여 사건을 환송하였다.

 

 

▶ 본 판결의 시사점

 

본 판결은 대법원이 처음으로 명품 리폼 관행의 확산에 따른 상표법적 쟁점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관련 법리를 체계적으로 정립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특히 "상표의 사용" 개념을 상업적 유통과 명확히 결부시킴으로써, 상표권의 효력이 제품 소유자의 순수한 사적 영역까지 확장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고, 상표권 침해 여부 판단 기준을 "개인적 사용"과 "시장 유통"이라는 구별을 중심으로 정립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상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