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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법원, 특허침해금지가처분의 집행 대상물의 일부 구성요소가 제거되었어도 집행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

  • December 30, 2025
  • 조호균 변리사/김민지 변호사
특허권 침해금지가처분 결정 이후, 채무자(피고-침해자)가 장치의 일부 부품을 제거하거나 변경하여 집행을 회피하려는 시도에 대해,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집행관이 가처분의 대상 물건을 특정할 때, 구성 요소의 결여에도 불구하고, 장치의 종합적인 동일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채무자의 비침해 주장은 본 안에 관한 실체법적 주장이므로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으로 다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2025년 9월 29일자 2025마6304 결정).


▶ 사안의 개요 

본 사건은 단열파이프 제조 장치에 관한 특허 분쟁이다. 채권자(원고-특허권자)는 채무자가 자기의 특허권을 침해하여 ‘단열파이프 제조용 롤링장치’를 생산·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허침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년 6월 20일, 채권자의 신청을 인용하여, 해당 제품의 생산 금지 및 집행관 인도를 명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결정문의 별지 목록에는 금지 대상 제품의 구성요소로 엔코더(Encoder)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채무자는 가처분 결정의 직후, 공장에 보관되어 있던 장치에서 엔코더를 제거하였다. 이후 2024년 7월 4일, 집행관이 피고의 대구 공장에 도착하여 엔코더가 제거된 장치들에 대해 집행을 실시하자, 채무자는 ‘필수 구성요소인 엔코더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당해 장치는 가처분결정의 집행 대상인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집행에 관한 이의를 신청하였다.


하급심의 판단

제1심 법원인 대구지방법원 단독판사는, 채무자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집행을 취소했다. 제1심은, 특허발명의 청구항이 복수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유기적 결합 전체가 보호되는 것이므로, 필수적 구성요소인 엔코더가 결여된 제품은 원칙적으로 가처분 결정의 대상인 물건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제1심 법원의 결정은 이후 제2심 법원인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며 다음과 같은 법리를 설시하였다. 즉, 집행관이 집행 대상을 특정함에 있어서, 단순히 특정 부품의 유무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며, 가처분결정에 기재된 명칭, 도면, 구성뿐만 아니라 그 장치에 의해 만들어지는 최종 생산품 등 여러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자가 가처분결정 당시 사용하던 장치와 동일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채무자가 외부로부터 새로운 장치를 들여온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가처분결정 당시 사용하고 있던 장치에서 엔코더를 제거하였다는 것에 불과하고, 엔코더를 다시 추가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엔코더의 부착 유무가 집행대상을 식별하거나 특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채무자의 주장이 ‘절차적 하자’가 아닌 ‘실체적 권리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채무자가 부품을 제거하여 “더 이상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피보전권리인 침해금지청구권의 소멸을 다투는 것과 같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실체적 주장은 (i) 피보전권리인 침해금지청구권의 부존재 내지 소멸을 주장하는 가처분이의(민사집행법 제301조, 제283조)나 (ii) 사정변경 등에 따른 가처분취소(민사집행법 제301조, 제288) 절차를 통해 다투어야 할 사안이지, 집행관의 집행행위에 형식적,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를 다투는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