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형 의약 조성물에 대한 특허발명에 대해 대법원은, 선행문헌들을 결합하여 특허발명의 구성이 도출된다 하더라도 특허발명의 효과가 얻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고, 결합되는 선행문헌의 기술적 특징이 서로 다르므로 이러한 선행문헌들을 결합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1756 판결).
▶ 사건의 배경
특허 제1245919호(“이 사건 특허”)는 3개월
초과의 기간 동안 말단비대증, 악성 카르시노이드 종양 및 혈관작용성 장펩티드 종양을 치료하기 위한 공지의
활성 성분인 옥트레오티드를 혈중농도가 치료적 범위 내에 유지될 정도로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서방형 의약조성물을 제공하는 것을 기술적 특징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발명은 펩티드 약물인 옥트레오티드와
중합체로서 2종의 상이한 폴리락티드-코-글리콜리드 중합체(PLGA)를 포함하는 마이크로입자 형태의 서방형
의약 조성물로서, 2종의 PLGA의 락티드와 글리콜리드 단량체
비율이 서로 상이하고, 그중 하나는 락티드와 글리콜리드 단량체 비율이
75:25이고, 다른 하나는 락티드와 글리콜리드 단량체 비율이 100:0과 같이 마이크로입자들이 두 가지 조성을 갖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2013년 국내 제약회사는 이 사건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청구인의 특허 무효 사유를 모두 배척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내렸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심결취소소송을 특허법원에 제기하였고, 특허법원이 이 사건 특허는 명세서 기재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동물실험 데이터만 기재된 특허 명세서가 명세서 기재요건을 충족한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2018년 12월 발행 “의약 발명에 있어서 동물실험 데이터만 기재된 명세서의 기재요건 충족 인정“
FirstLaw IP News 기사 참조).
환송심에서 청구인은 이미 제출되었던 주 선행문헌(D1)에 추가의 선행문헌(D6)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 특허는 이들 선행문헌의 조합에 의해 진보성이 결여된다는 주장을 하였다.
▶ 특허법원 판결
특허법원은 D1에
활성 성분으로서 옥트레오티드를 함유하고 중합체로서 2종의 상이한 PLGA를
포함하는 마이크로입자 형태의 서방형 조성물이 개시되어 있는데, 마이크로입자가 락티드와 글리콜리드 단량체
비율이 50:50인 2종의 PLGA를 기울기용리 펌프를 이용하여 다양한 농도로 공급되어 제조되므로 마이크로입자들이 다양한 조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 사건 발명과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청구인이 제출한 D6에
이 사건 발명과 같은 락티드와 글리콜리드 단량체 비율이 상이한 두 가지 조성을 갖는 마이크로입자에 황체형성호르몬 방출호르몬(LHRH) 동족체인 류프로렐린(Leuprorelin)이 포함된 3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방출 효과를 위한 조성물에 대한 실시예가 기재되어 있어서 이 사건 발명과 D6는 기술적 사상이 같고 사용된 활성물질(옥트레오티드 또는 류프로렐린)면에서만 다르다고 판단하였다.
특허법원은, 이 사건 발명, D1 및 D6은 모두 기술 분야 및 발명의 목적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통상의 기술자가 D1에 D6을 결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교시하거나 배제하는 내용이 이들 선행문헌에 없으므로, 옥트레오티드를 함유한 마이크로입자 형태의 서방형 제제에 관한 D1에 류프로렐린이라는 활성물질과 관련해 이 사건 발명과 동일 조성의 마이크로입자를 포함한 서방형 제제와 효과를 개시하고 있는 D6을 결합하면, 이 사건 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D1에 D6을 결합하더라도 D6의
서방형 방출 효과가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렵고, D1 및 D6의 기술적 특징이 서로 다르므로, 통상의 기술자가 D1과 D6을 결합하여 이 사건 발명을 쉽게 도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D6의
류프로렐린은 이 사건 발명의 활성 성분인 옥트레오티드와 분자 형상, PLGA 중합체와의 반응성, 반감기와 최소 유효 혈중농도, 초기 버스트 등 제형의 방출속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물성과 구조가 달라, 통상의 기술자가 D1의
옥트레오티드 제형에 류프로렐린의 서방형 조성물 제조방법을 적용하더라도 D6에 나타난 서방형 방출 효과가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D1에 제시된 옥트레오티드
제형에 대한 생체 외 방출 시험 결과에 의하면, 7일 만에 30%가
넘는 옥트레오티드가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이 사건 발명 출원일 당시 옥트레오티드의 생체 외 방출효과와
생체 내 방출효과와의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통상의 기술자가 이 사건 발명과 같이 생체 내에서
약물 방출이 약 3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았다. 더욱이,
D6은 복수의 마이크로입자를 각각 제조한 후 이를 적정 비율로 섞어서 원하는 방출 양상을 가진 마이크로입자 혼합 제형을 얻는 방식인데
비해, D1은 이러한 혼합 제형 제조방법의 공정이 복잡하고 경제적이지 못하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속한 단일 공정으로 다양한 조성의 서방형 마이크로입자 제형을 제조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을 기술적 특징으로
하고 있어서 통상의 기술자가 기술적 특징이 다른 D1과 D6을
쉽게 결합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을 기초로 대법원은 이 사건 특허 명세서에
기재된 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한, 통상의 기술자가 D1 및 D6을 결합하여 이 사건 발명을 용이하게 도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그 후 환송심에서도 특허발명은 유효라고 확인되었다(특허법원 2021. 10. 8. 선고, 2021허2663 판결;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