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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을 재정립

  • June 30, 2021
  • 이원상 변리사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상위개념이 기재되어 있고 그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이때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736, 743 판결 등).

 

 

최근 대법원은 이와 같이 선택발명의 효과의 현저성 여부에 따라 진보성을 판단하는 것은 선택발명의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이고, 선행발명에 선택발명의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지도 아니한 채 효과의 현저성 유무만으로 진보성을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면서, 선행발명으로부터 구성을 도출해 내는 것이 쉽다고 볼 수 없는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10609 판결).

 

 

사건의 배경

 

이 사건 특허발명은 인자 Xa 억제제로서 유용한 새로운 락탐 함유 화합물 및 그의 유도체 등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락탐 고리()를 가지는 화합물들이 인자 Xa 억제제로서 유용하고 우수한 약동학적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점에 발명의 특징이 있다.  이 사건 특허발명의 청구범위 제1항은 락탐 고리를 가지는 화합물 중 아픽사반() 및 그의 제약상 허용되는 염에 관한 것이다.

 

한편, 이 사건 특허발명의 우선일 전에 공개된 선행발명은 인자 Xa 억제제로서 유용한 새로운 질소 함유 헤테로비시클릭 화합물 등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66개의 질소 함유 헤테로비시클릭 구조를 모핵으로 갖는 화합물 군이 인자 Xa의 억제제로서 유용하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데에 발명의 특징이 있다.

 

선행발명은 66개의 모핵 구조로부터 선택되는 화합물 및 각 모핵 구조에 적용될 수 있는 치환기들의 종류 등을 마쿠쉬 형식으로 기재된 화학식을 통해 다양하게 나열하고 있어서, 모핵 구조의 선택과 각 치환기의 조합에 따라 이론상 수억 가지 이상의 화합물이 제시된 화학식에 포함될 수 있다.

 

피고 회사들은 원고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면서 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특허발명은 선행발명에 의해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발명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하였다.  원고인 특허권자는 이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항소하였다.

 

 

▶ 특허법원의 판결

 

특허법원은 이 사건 특허발명은 선행발명에 기재된 마쿠쉬 형식으로 기재된 화학식과 그 치환기의 범위 내에 포함되는 화합물에 해당하는 선택발명으로서 그 명세서에 기재되어 있는 효과를 중심으로 엄격한 특허요건을 적용하여 특허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 특허발명이 선행발명에 비하여 이질적 효과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명세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고 그러한 효과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였다.

 

 

▶ 대법원의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선행발명에 선택발명의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는 경우에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선행발명의 마쿠쉬 형식으로 기재된 화학식과 그 치환기의 범위 내에 이론상 포함되기만 할 뿐 구체적으로 개시되지 않은 화합물을 청구범위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경우에도 진보성 판단을 위하여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이 사건 특허발명의 구성의 곤란성을 판단할 때에는 선행발명에 마쿠쉬 형식으로 기재된 화학식과 그 치환기의 범위 내에 이론상 포함될 수 있는 화합물의 개수,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에 마쿠쉬 형식으로 기재된 화합물 중에서 특정한 화합물이나 특정 치환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사정이나 동기 또는 암시의 유무, 선행발명에 구체적으로 기재된 화합물과 특허발명의 구조적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발명의 효과는 선행발명에 이론적으로 포함되는 수많은 화합물 중 특정한 화합물을 선택할 동기나 암시가 없어 구성이 곤란한 경우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중요한 표지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화학, 의약 등의 기술분야에 속하는 발명은 구성만으로 효과의 예측이 쉽지 않으므로 선행발명으로부터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들이 쉽게 도출되는지를 판단할 때 발명의 효과를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선행발명에 일반식으로 기재된 화합물로부터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이르기 위해서는, 선행발명에 마쿠쉬 타입으로 기재된 화합물 중 우선순위 없이 나열된 66개의 모핵 중 특정 모핵()을 선택한 후 다시 위 모핵 구조의 모든 치환기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동시에 선택하여 조합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특히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효과를 나타내는 핵심적인 치환기로 볼 수 있는 락탐 고리는 제1 모핵의 치환기 A에 연결된 치환기 B 부분에 위치하여야 하는데, 선행발명에는 이와 같은 락탐 고리가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 않고, 선행발명의 보다 바람직한 실시태양으로 기재된 34개의 모핵 구조에서 치환기 B로 가능한 수많은 구조 중 락탐 고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한 사정도 없고, 선행발명의 보다 더더욱 바람직한 실시태양으로 기재된 총 107개의 구체적 화합물들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전체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치환기 B로서 락탐 고리를 갖는 화합물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 기재 및 출원일 이후 제출된 실험자료 등에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공지된 인자 Xa 억제제와 비교하여 개선된 Xa 억제활성 및 선택성을 가지고, 개선된 약동학적 효과를 나타내며, 개선된 다른 약물들과의 병용투여 효과를 보임을 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대법원은 선행발명과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주목하고 있는 화합물 및 그 구조가 다르고,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구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사정이나, 동기 또는 암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기술적 가치가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많은 선택지를 조합하면서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통상의 기술자가 그 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한 선행발명으로부터 그 구성을 도출하는 것이 쉽다고 볼 수 없고 개선된 효과도 있으므로 선행발명에 의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구성의 곤란성 여부는 따져 보지도 않은 채 선행발명에 비해 이질적 효과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한 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하였다.

 

 

▶ 본 판결의 의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선택발명의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선행발명에 비하여 이질적 효과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도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향후 선택발명의 등록률이 증가하거나 무효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