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은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표시한 특허출원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허출원 제2020-7007394호에 대해서 2022년 9월 28일자로 무효처분을 통지했다.
▶ 사건의
배경 및 쟁점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자인 테일러 스티븐(이하 '출원인'이라 함)이 2019년 9월 17일자로 PCT 국제출원(국제공개번호: WO 2020/079499 A1)을 하면서 출원서의 발명자 항목에 "DABUS, The invention was autonomously generated by an artificial intelligence"라고 기재하였다. 국제출원의 명세서에는 식품 용기에 관한 발명과 개선된 주의를 끌기 위한 장치에 관한 발명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출원인은 '자신은 이들 발명에 대한 지식이 없고,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가 상기 2개의 발명을 스스로 창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을 특허출원의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 특허청의
무효처분
상기 국제출원의 국어 번역문이 2020. 3. 12.자로 한국 특허청에 제출되었는데, 번역문 서지사항의 발명자 항목에 "다부스 (본 발명은 인공지능에 의해 자체적으로 생성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로써 한국 특허청은 인공지능을 특허출원의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처음으로 심사를 하게 되었다.
이에 특허청은 자문위원회를 꾸려 산업계 및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인공지능이 특허출원의 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7개국(한국, 미국, 영국, 중국, 유럽, 호주, 캐나다) 특허청이
참여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다양한 논의 끝에, 특허청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인공지능은 특허출원의 발명자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특허법 제33조 제1항은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는바, 발명의 주체는 사람(즉, 자연인)으로 한정되며, 따라서 인공지능을 특허출원의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
· 아직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발명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되는바, 인공지능 자체를 특허출원의 발명자로 인정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위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특허청은 특허출원 제2020-7007394호에 대해서 2021. 5. 27.자로 '자연인이 아닌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기재한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발명자를 자연인으로 수정하라'는 내용의 보정요구서를 통지했다. 또한, 출원인이 상기 보정요구서에 대응하는 보정을 하지 않자, 특허청은 2022. 9. 28.자로 상기 특허출원에 대해서 무효처분을 내렸다.
▶ 타국
특허청 및 법원의 판단
미국, 유럽, 영국의 특허청 역시 '특허출원의 발명자는 자연인만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공지능(DABUS)을 발명자로 기재한 상기 특허출원에
대해서 거절결정을 내렸으며, 이들 국가의 법원 역시 위 결론을 지지하였다.
호주의 경우에도, 특허청은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호주의 1심 법원은, 인공지능이
출원인이나 특허권자로는 인정될 수 없을지언정, 발명자로는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이후,
호주의 2심 법원은 만장일치로 상기 1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면서, DABUS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을 거절한 호주 특허청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한편, 독일의 연방 특허법원은, AI가 생성한 발명도 특허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자연인만이 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다만 출원서에 발명자의 성명을 기재할 때 인공지능이 발명에 관여하였다는 점을 병기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판단하였다.
▶ 향후
과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명의 주제를 정하고 발명을 완성하는 시기가 도래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인공지능을 특허출원의 발명자로 인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하여 향후 인공지능 발명(AI-generated invention)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예컨대, 인공지능 발명의 특허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인공지능 발명의 진보성 판단 시에 통상의 기술자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인공지능 발명의 특허권 존속기간은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