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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을 완화

  • June 30, 2022
  • 이원상 변리사/ 김민지 변호사

대법원은, 선행발명에 공지된 화합물과 결정 형태만을 달리하는 특정 결정형의 화합물을 청구범위로 하는 이른바 결정형 발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행발명에 공지된 화합물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2865 판결 등).

 

최근 대법원은 이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효과의 현저성을 가지고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한 것은 결정형 발명과 같이 의약화합물 분야에 속하는 발명은 발명의 효과가 선행발명에 비하여 현저하다면 구성의 곤란성을 추론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구성이 곤란한지 불분명한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을 중심으로 진보성을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하면서,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을 감안할 때 동일한 화학 구조이기는 하지만 그 형태가 불명확한 화합물을 개시하고 있는 선행발명으로부터 유리한 효과(우수한 열역학적 안정성 및 낮은 흡습성)를 나타내는 특정 결정형 발명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효과의 현저성을 보이지 않은 경우에도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10923 판결).

 

 

사건의 배경

 

선행발명

선행발명은 포유류 또는 가금류의 파스튜렐라 증의 치료 또는 예방을 위한 마크롤리드 항생제로서 20,23-디피페리디닐-5-O-마이카미노실-타일로놀리드(이하 타일로신이라고 한다)를 개시하고 있으며, 그 제조 실시예에서 타일로신의 담황색 고체 화합물이 수득되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출원발명

이 사건 출원의 청구범위 제1항은 선행발명의 화합물인 타일로신과 화학 구조는 동일하지만 5.0, 9.0 10.5° 2θ의 피크를 포함하는 분말 X선 회절 스펙트럼 값으로 특정된 구성을 갖는 타일로신 제Ⅰ형 결정형에 관한 발명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 출원의 명세서에 의하면, 1항 발명은 타일로신의 다른 고체상 형태보다 대기 온도에서 높은 안정성을 보유하고 이로운 열역학성을 나타내며 수분 흡수성(흡습성)이 낮게 나타나는 타일로신 제Ⅰ형 결정형을 제공하는 데에 기술적 의의가 있다. 이 사건 출원의 명세서와 심사과정 중 제출된 실험자료에 의하면, 타일로신의 결정 형태로 제Ⅰ 내지 Ⅳ형이 도출되었고, 그중 제Ⅰ형 결정형은 타일로신의 무정형 또는 다른 결정형에 비하여 열역학적으로 안정하고 흡습성이 낮음을 알 수 있다.

 

사건의 경과

이 사건 출원발명의 선행발명에 대한 진보성 결여 거절결정에 대해 심판이 청구되었으나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출원의 제1항 발명이 선행발명에 의해 쉽게 발명할 수 있어 그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하였다.  출원인은 이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 특허법원 판결

 

특허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출원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였다:

 

통상의 기술자라면 선행발명에 개시된 타일로신이 다양한 결정형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미 널리 알려진 결정화 방법을 이용하여 타일로신의 모든 결정다형체를 검토함으로써 열역학적으로 가장 안정한 결정형을 얻고자 시도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타일로신 제Ⅰ형 결정형 또한 이 기술분야에서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범위 내의 제형화 과정을 거쳐 가장 안정한 결정형을 찾아낸 것에 불과하다.  또한, 타일로신 제Ⅰ형 결정형의 우수한 물리적 안정성 및 낮은 흡습성은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이질적인 효과라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수준에 이르는 효과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의약화합물의 제제설계를 위하여 그 화합물이 다양한 결정 형태를 가지는지 등을 검토하는 다형체 스크리닝이 통상 행해지는 실험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결정형 발명의 구성의 곤란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선행발명 화합물의 결정다형성이 알려졌거나 예상되었는지, 결정형 발명에서 청구하는 특정한 결정형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나 암시, 동기 등이 선행발명에 나타나 있는지, 결정형 발명의 특정한 결정형이 선행발명 화합물에 대한 통상적인 다형체 스크리닝을 통해 검토될 수 있는 결정다형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그 특정한 결정형이 예측할 수 없는 유리한 효과를 가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결정형 발명의 구성을 쉽게 도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진보성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선행발명에 개시된 타일로신의 형태가 결정형인지 무정형인지 불명확하고, 이 사건 출원 당시 타일로신이 다양한 결정 형태를 가지는지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선행발명에 개시된 타일로신 화합물과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제Ⅰ형 결정형은 각각의 형태를 도출하기 위한 출발물질은 물론 용매, 온도, 시간 등의 구체적인 결정화 공정 변수가 상이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결정화 공정 변수를 적절히 조절하거나 통상적인 다형체 스크리닝을 통해 선행발명으로부터 제Ⅰ형 결정형을 쉽게 도출할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이 사건 출원의 명세서에는 제Ⅰ형 결정형의 우수한 열역학적 안정성과 낮은 흡습성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결과가 기재되어 있는 반면 선행발명에는 이와 비교가능한 실험결과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제Ⅰ형 결정형의 효과가 선행발명으로부터 예측할 수 있는 정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출원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한,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에 의해 이 사건 제1항 발명을 쉽게 발명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