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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범위 확인심판: 확인대상발명 기재의 유의성

  • December 29, 2023
  • 박은진 변리사/ 박현자 변리사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미국의 확인 청구 소송(declaratory judgment action)과 유사한 한국 특허법 고유의 제도로, 대상 제품 또는 공정이 특허청구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당사자계 심판이며, 특허청 산하의 특허심판원에서 담당한다. 본 기사에서는 권리범위 확인심판의 일반적인 특징을 검토한 후, 권리범위 확인심판이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인지 또는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인지에 따라, 잠재적 침해자의 실제 실시 기술과 상이한 확인대상발명의 기재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권리범위 확인심판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심판 청구인이 제출한 확인의 대상과 특허 청구항의 권리범위의 비교에 관한 신속한 판단을 얻기 위하여, 주로 (잠재적) 침해자 또는 특허권자에 의해 특허심판원에 청구된다.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하는 경우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차후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권리범위 확인심판에는 두 가지 유형, , (i) (잠재적) 침해자가 자신의 제품공정이 특허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심결을 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과 (ii) 특허권자가 제3자의 제품공정이 자신의 특허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취지의 심결을 구하는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이 있다.

 

확인대상발명은 심판 청구인이 제출한 심판청구서에 포함된 확인대상발명의 설명서 및 해당 설명서를 보충하는 도면에 의하여 명확하게 특정되어야 한다. 제출된 설명서 및 도면이 대상을 정의하기에 불충분하여, 특허 청구항과의 구체적인 비교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특허심판원이 확인대상발명의 설명서 및 도면에 대한 보정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확인대상발명이 특허 청구항과 비교 가능한 정도로 특정되더라도, 특정된 확인 대상이 청구인(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의 경우) 또는 피청구인(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의 경우)의 실제 실시 제품 또는 공정에 대응되지 않는다면, 권리범위 확인심판의 효용성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

 

 

▶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발명과 피청구인의 실제 실시 제품이 상이한 경우

 

대법원은 특허권자가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한 경우, 청구인에 의하여 특정된 확인대상발명과 피청구인이 실시하고 있는 발명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러한 심판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 각하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2626 판결 등). 법원은 이러한 경우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심결이 확정되더라도, 해당 심결의 효력은 청구인의 심판 청구서에 특정된 가상의 기술에 대하여만 미칠 뿐이므로, 이를 사실상 사법 절차의 남용이라 보았다.

 

이러한 논리는 유사 사례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 파이프라인 교체 방법에 관한 특허의 특허권자가 피청구인의 방법이 자신의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판단을 구하기 위하여 청구한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특허법원의 판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특허법원 2023. 9.7. 선고 202310163 판결)

 

 

▶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확인대상발명과 청구인의 실제 실시 제품이 상이한 경우

 

한편,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있어서 대법원은 심판 청구인의 실제 실시기술과 심판 청구인이 제시한 확인대상발명이 다른 경우, 확인대상발명의 장래 실시할 가능성이 존재하기만 하면 확인의 이익을 인정한다.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72735, 대법원 1999. 2. 9. 선고 891431 판결 등)

 

최근 대법원은, 심판 청구인의 실제 실시기술과 심판 청구인이 확인의 대상으로 삼은 발명이 상이하여 해당 심판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특허권자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의 확인의 대상(짐작건대, 판결의 효력 또는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 포함)은 심판 청구인이 제시 및 특정한 대상에 한정되어야 하며, 이는 확인대상발명과 청구인의 실제 실시기술이 상이한 경우에도 동일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011813 판결)

 

 

▶ 논평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가 제3자가 실시 중인 제품공정에 의하여 침해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용하는 적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는, 확인대상발명이 피청구인이 현재 실시중인 기술과 동일한 경우에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

 

그러나 (잠재적) 침해자가 심판 청구서에 기술한 확인의 대상이 특허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있어서는, 청구인이 확인의 대상을 자신의 실제 실시 제품공정과 다르게 기술하더라도 확인의 이익이 부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법원의 입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침해자가 겉보기에 침해문제가 없는 발명으로 확인대상을 거짓 기술함으로써, 합법성을 가장하여 침해 행위를 위장하거나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특허권자는 침해 제품공정을 제대로 정의하여 새로운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하거나, 침해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