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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 신규성 상실 예외 규정의 적용 근거가 된 공지 디자인을 기초로 한 자유실시디자인 항변을 제한

  • September 29, 2023
  • 조호균 변리사

한국 대법원은, 원고가 디자인등록 출원 전에 스스로 공개한 공지디자인에 기초해서 피고가 자유실시디자인 항변을 하고, 또한 원고가 출원시가 아니라 무효심판단계에서 자신의 공지디자인을 근거로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을 한 사안에서, 피고의 자유실시디자인 항변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110473 판결).

 

 

▶ 자유실시디자인(기술)의 항변; 3자의 선사용에 따른 통상실시권

 

자유실시디자인 또는 자유실시기술의 항변은, 침해 피의자의 디자인/기술이 등록디자인/특허발명의 출원 전에 공지된 디자인/기술이거나 또는 공지된 디자인/기술로부터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른바 공공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디자인/기술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항변으로, 주로 침해소송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허용되는 항변이다 (대법원 2001. 10. 30. 선고 99710 판결).

 

한편, 디자인 보호법은 선사용에 따른 통상실시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00(선사용에 따른 통상실시권) 디자인등록출원 시에 그 디자인등록출원된 디자인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그 디자인을 창작하거나 그 디자인을 창작한 사람으로부터 알게 되어 국내에서 그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의 실시사업을 하거나 그 사업의 준비를 하고 있는 자는 그 실시 또는 준비를 하고 있는 디자인 및 사업의 목적 범위에서 그 디자인등록출원된 디자인의 디자인권에 대하여 통상실시권을 가진다.

 

 

▶ 신규성 상실의 예외: 1년의 유예 기간(Grace Period)

 

출원 전에 발명/디자인이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되었다면 그 발명/디자인 출원은 신규성 상실로 거절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허법과 디자인 보호법은 특허/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에 의하거나 또는 그의 의사에 반하여 신규성이 상실되었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춘 경우 해당 특허/디자인 출원의 신규성을 상실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는 신규성 상실의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때, 그 요건 및 절차에 있어, 특허법과 디자인 보호법 사이에서 차이가 있는 바, 양자 모두 신규성 상실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출원을 해야 하고, 출원시에 신규성 상실 예외 규정을 적용받으려는 취지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특허법의 경우 거절이유통지에 따른 의견서 제출기간 등에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이 가능한 반면, 디자인보호법의 경우 무효심판에 대한 답변서 제출기간 등에 상기 주장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 사안의 배경

 

본 사안에서, 원고 특허권자는 침대용 헤드 제품에 관한 디자인을 창작하고, 이 디자인을 비밀유지의무가 없는 온라인 유통업체에게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 공개했다 (이로써 원고의 디자인은 공지되었고, 이를 이하공지디자인이라 함). 그 후 원고는 해당 디자인을 출원하였는데, 출원시에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을 하지는 않았고 심사를 거쳐 등록받았다 (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

 

원고는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이하, “확인대상디자인”)의 침대 헤드를 판매하는 피고를 확인한 후, 피고의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유사하여 그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의 계속 중, 피고는 자신의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출원일 전에 공지된 원고의 공지디자인으로부터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 자유실시디자인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대비할 필요 없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항변을 하였다. 특허심판원은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결을 내렸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의 상기 심결에 대해 원고가 특허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후, 피고는 뜻밖에도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는데, 이로써 원고는 비로소 디자인 보호법에 따른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피고의 주된 무효 주장은 원고의 출원전 공지디자인에 의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신규성이 상실되어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공지디자인과의 관계에서 신규성 상실의 예외가 인정되어 무효가 아니라고 하면서 피고의 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하였고, 이러한 심결은 피고의 불복 없이 확정되었다.

 

상기 무효심판이 아직 특허심판원에 계속 중, 특허법원은 자유실시디자인 항변을 인정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특허법원은, 디자인등록출원 전에 이미 공공의 영역에 놓은 디자인은 누군가의 독점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모든 이에 의하여 자유롭게 실시될 수 있어야 함이 원칙이라고 하면서,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을 (특히, 디자인등록무효심판에 대한 답변서 제출 기간 내에 한 예외 주장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 예외 주장의 근거가 된 공지디자인에 기초한 자유실시디자인 항변을 불가능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판결

 

대법원 심리 중, 피고는 확인대상디자인을 계속 사용할 권리를 주장하면서 디자인 보호법 제10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과 유사한 무상의 통상 실시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피고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원고는 디자인등록 출원시에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을 해야 한다는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또한, 원고가 디자인 출원 전에 자발적으로 공개한 공지디자인은 공공 영역에 속하는 디자인으로서 타인의 실시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원고의 등록디자인은 불확실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또한, 원고는 뒤늦게 무효심판단계에서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을 함으로써 이미 공공 영역에 속한 공지디자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피고의 권리를 박탈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피고가 적법하게 획득한 권리를 과거로 소급해서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자유실시디자인 항변과 디자인 보호법에 규정된 선사용에 따른 통상실시권이 구분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는 스스로 디자인을 창작하거나 그 디자인을 창작한 자로부터 지득하지도 않았고, 단지 원고의 이내에 출원을 한 경우에는, 설사 출원시에 신규성 상실 예외 공지디자인을 모방하여 확인대상디자인을 실시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피고의 자유실시 항변을 허용하는 것은, 스스로 창작한 제3자의 선사용에 따른 통상실시권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보호하는 불합리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 판결의 의의 

 

상기 대법원 판결에 의할 때, 디자인등록 출원인이 출원 전에 자신의 디자인을 공개하고 그 공개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출원을 한 경우에는, 설사 출원시에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절차적 하자를 사후적으로 치유함으로써 등록디자인을 침해하는 제3자의 실시를 금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예컨대, 디자인 등록권자는 이해관계를 가진 제3자로 하여금 무효심판을 청구하게 하고, 그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간 내에 신규성 상실 예외 규정의 적용을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공지 디자인과 동일 유사한 디자인에 대한 제3자의 실시를 금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