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발명에 공지된 화합물과 결정 형태만을 달리하는 특정 결정형의 화합물을 청구범위로 하는 이른바 결정형 발명의 특허성 판단 기준을 더욱 합리화 하고자 하는 법원의 계속되는 고민의 연장선상으로서, 최근 대법원은 2022년에 선고한 판결(하기에서 논함)에서 제시된 "관련 요소의 종합적 고려"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결정형의 수득 가능성에 대해 암시한 선행발명과 함께, 발명 효과의 현저한 정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해당 특허 명세서의 상충되는 기재 등을 고려하여,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1후10343 판결(이하 "2024년 판결")).
▶2022년 이전 판결 - 효과의 현저성
2022년 이전에 대법원은, 결정형
발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행발명에 공지된 화합물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후2865 판결 등). 이러한 기준에 따라, 효과의 현저성은 한국 특허심사 실무에서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준으로 적용되어 왔다.
▶2022년 판결 - 관련
요소의 종합적 고려
앞서 언급한 2022년 판결에서 대법원은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을 더 확장하여, 선행발명 화합물의 결정다형성이 알려졌거나 예상되었는지, 결정형 발명에서 청구하는 특정한 결정형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나 암시, 동기 등이 선행발명이나 선행기술문헌에 나타나 있는지, 결정형 발명의 특정한 결정형이 선행발명 화합물에 대한 통상적인 다형체 스크리닝을 통해 검토될 수 있는 결정다형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그 특정한 결정형이 예측할 수 없는 유리한 효과를 가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결정형 발명의 구성을 쉽게 도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후10923 판결(이하 "2022년 판결")).
▶2024년 판결
(1) 이 사건 특허
이 사건 특허의 명세서는 선행발명에 개시된 (R)-2-(2 아미노티아졸-4일)-4'-[2-{(2-하이드록시-2
페닐에틸)아미노}에틸]아세트산아닐리드(이하 "미라베그론")의 2염산염이 강한 흡습성을 갖고 있어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 사건 특허발명에 따른 미라베그론 α형 결정
및 미라베그론 β형 결정은 이러한 흡습성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기재하였는데, 특히 "α형 결정은 상대습도 5% 내지 95%의 전체 범위에 있어서, 수분 유지량은 0.2% 이하이고 흡습성을 나타내지 않는 안정형 결정으로, 의약품으로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며, β형 결정은 상대습도 약 20%부터 약 3%의 수분을 유지하여 약한 흡습성을 갖지만, 준안정형 결정이고 의약품으로서 사용할 수 있다."라고 기재하고
있었다.
이 사건 특허의 청구범위는 미라베그론 α형 결정 및 미라베그론 β형 결정을 모두 기재하고 있었다.
(2) 선행발명
선행발명은 당뇨병 치료제로 유용한 화합물들의 일반식을 마쿠쉬 타입으로 개시하면서, 그 제조 실시예에서는 113개 화합물을 제조하였고, 그 중 하나의 실시예에서는 미라베그론의 2염산염을 제조하였다.
나아가 선행발명은 상기 일반식의 화합물이 유리체, 염, 수화물, 용매화물 또는 다형 결정으로 분리되고 정제될 수 있다고
교시하였으나, 미라베그론의 다형 결정에 대해서는 개시한 바가 없었다.
(3) 무효심판
11개 제약사들은 미라베그론 α형 결정 및 미라베그론 β형 결정에 대해 선행발명과 대비하여 진보성이 없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무효청구에 대응하여, 특허권자는 미라베그론 β형 결정에 대한 청구항을 삭제하고 흡습성이 더 낮은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에 대한 청구항만을 남기는 정정을 하였으나, 특허심판원은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이 선행발명에 비해 진보성이 부정됨을 이유로 이 사건 특허를 무효로 하는 심결을 내렸다. 특허권자는 이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4) 특허법원 판결
특허법원은 2022년 이전의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된 효과의 현저성
판단기준에 따르면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의 낮은 흡습성 및 안정성 개선이 현저한 효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았고, 이에 이 사건 특허발명이 선행발명에 비해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5)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 특허의 결정형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2022년 판결에서 제시된 "관련 요소의 종합적 고려" 판단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 사건 특허의 결정형 발명이 선행발명에 비해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주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선행발명의 명세서에서 일반식으로 표시된 화합물이 다형 결정으로 분리∙정제될 수 있다고 개시하고 있어, 통상의 기술자가 미라베그론의 제제설계를 위하여 특정한 결정형을 확인할 동기가 충분하고, 또한 선행발명의 제조실시예에서 개시된 미라베그론 2염산염으로부터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해당 기술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중화 및 결정화 공정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선행발명으로부터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둘째, 이 사건 특허의 명세서는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이 상대습도 5% 내지
95%에서 흡습성이 없으나 미라베그론 2염산염은 상대습도
80% 이상에서 급격한 중량의 증가를 나타내는 결과를 기재하고 있으나, 상대습도가 80%를 초과하는 가혹한 조건에서 흡습성에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므로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이 의약품으로서 유리한 흡습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이러한 상대습도 80% 이상에서의 흡습성 차이가 결정다형성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2염산염의
염 형성에 의한 것인지를 구별할 수 없으므로, 이에 근거하여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이 유리한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
셋째, 이 사건 특허의 명세서는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이 미라베그론 β형 결정보다 약 2.8% 정도의 흡습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기재하고 있으나, 이러한 미라베그론 β형 결정 또한 준안정형 결정으로서 의약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기재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2.8%의 흡습성 차이가 의미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특허의 미라베그론 α형 결정이 선행발명에 비해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