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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정황 증거로부터 영업비밀 침해 의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

  • June 28, 2024
  • 박현자 변리사/ 김민지 변호사

대법원은 2024 5 30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이하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관련한 중요 판결을 내렸다 (202214320 판결).  이 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201818조제2항에 규정된영업비밀 침해자가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을 가지고 행동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데 요구되는 증명수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사건의 배경

 

본 사건과 관련된 피고는 총 네 명으로서피고인 1은 접착제 제조 회사(이하피해 회사”)에서 근무하던 생산부 사원이고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피해 회사를 퇴사한 후 근무한 첫 번째 경쟁업체의 기술연구소 소장이며피고인 3은 피고인 1이 첫 번째 경쟁업체를 퇴사한 후 근무한 두 번째 경쟁업체(이하피고인 4”)의 기술연구소 소장이다.

 

피고인 1은 피해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피해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생산하여 기밀로 관리하는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의 제조방법과 관련된 자료를 업무상으로 사용하면서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 자료를 무단으로 촬영해두었다.  피고인 1은 피해 회사를 퇴사한 후 두 경쟁 업체에서 차례로 근무하면서피고인 2 및 피고인 3의 지시에 따라 피해 회사의 영업비밀 정보를 두 경쟁업체에 제공하고 경쟁 제품을 개발하는 데 이 정보를 사용하였다.

  

 

▶ 하급심 판결

 

1심에서 대전지방법원은 모든 피고인이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취득ㆍ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부정경쟁방지법(2018) 18조제2항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판결하였다.

 

항소심에서 대전지방법원 합의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항소심 법원은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고의(故意외에도 추가 요소인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고 해석하면서이 추가적인 증명 요구는 개인의 고용의 자유 또는 직업 변경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고이 기본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직접 관련이 있으므로 재산권과 같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쉽게 방해되거나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위와 같은 목적의 존재가 쉽게 인정될 경우 개인의 직업상 기회를 지나치게 저해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또한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축적된 일반적인 기술지식경험 및 고객 관계가 회사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이러한 것들이 회사의 비용으로 축적되었다고 하더라도 직원 개인에게 귀속되어야 하며 회사의 영업 비밀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1이 업무상 취득한 피해 회사의 비밀 정보를 유출하기는 했지만해당 정보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인식하고 취득하였다거나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다른 피고인들도 그러한 목적으로 해당 정보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면서본 사건의 점착제 제조를 위한 비밀 방법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된 적이 없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위 비밀 제조 정보가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의 제조를 위한 구체적인 제조법과 공정을 포함하는 것으로피해 회사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개발하였을 뿐 아니라 그 사용을 통해 피해 회사에 경쟁상의 이익을 얻게 하였고피고인 1 역시 퇴사 후에도 상당기간동안 위 정보를 기밀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비밀유지협약서에 서명하였음을 지적하였다.

 

대법원은위 제조 방법이 피해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한피고인들은 피해 회사의 허락 없이는 관련 정보를 누설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였을 여지가 크다고 하면서피고인들의 직업과 경력행위의 동기와 경위피해 회사와 피고인들 사이의 관계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 1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관련 정보를 사용하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이를 누설하였고피고인 2 내지 4 역시 그러한 목적으로 해당 정보를 취득하고 사용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 본 판결의 시사점


본 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는 범죄를 정의하거나 입증하는 데 있어 범의(犯意)의 수준을 높이려는 항소심 법원의 시도를 사실상 무력화 하였고부정경쟁방지법 하에서 범죄 성립을 위한의도목적간의 구별을 제거하였으며나아가 어떤 정보가 영업 비밀로 인정되는 경우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영업비밀 침해자의 의도나 목적은 정황 증거에 의해 추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이번 판결은 헌법적 권리인 직업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산업 스파이 행위나 영업비밀 탈취 행위를 묵인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억지(抑止메시지를 산업계에 전달한 것으로영업 비밀 침탈에 대한 강력한 제재(制裁)를 촉구하는 한국 사회의 최근 정서를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