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사쿠비트릴과 발사르탄이 결합된 결정질 복합체 화합물에 관한 특허 권리범위확인 사건에서, 물 분자의 수가 다른 3수화물 화합물을 포함하는 제약 조성물은 특허발명과 과제 해결원리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4후11590 판결).
▶ 사건의 배경
이 사건 특허발명은 결정질 형태의 삼나트륨 사쿠비트릴-발사르탄 2.5수화물 화합물로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인 발사르탄, 엔도펩티다제 억제제인 사쿠비트릴, 나트륨 양이온 및 물 분자가 1:1:3:2.5의 화학양론적 비율로 결합된 초분자 복합체에 관한 것이다. 이 복합체는 상이한 작용 방식을 갖는 두 제약 활성제가 나트륨 양이온 및 물 분자와 비공유 상호작용에 의해 회합되어, 생체 외에서는 단일한 화합물처럼 거동하지만 체내에 섭취 및 흡수됨과 동시에 개별 성분으로 해리되어 약효를 나타내는 특징을 가진다.
한편, 한국 제네릭사들은 발사르탄, 사쿠비트릴, 나트륨 이온 및 물 분자가 1:1:3:3의 비율로 결합된 3수화물 화합물을 유효성분으로 포함하는 제약 조성물을 확인대상발명으로 하여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면서, 해당 조성물이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특허발명과 확인대상발명의 화합물은 물 분자의 수, 결정 구조 및 X-선 회절 패턴 등이 서로 달라 동일한 발명으로 볼 수 없고, 이러한 차이는 발명의 과제 해결원리가 다른 것으로 균등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특허권자가 출원 과정에서 결정질 형태의 2.5수화물로 청구범위를 감축하면서, 그 외 고체 형태에 대해 별도로 분할출원을 함으로써,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정 결정체 외의 형태를 의식적으로 제외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확인대상발명이 이 사건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하여 특허권자는 특허법원에 항소하였다.
▶ 특허법원의 판단
항소심에서 특허권자는, 물 분자는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임의 성분으로서 기술사상의 핵심이 아니며, 수화도만 다른 의약품은 허가 기관에서도 동일 의약품으로 취급한다는 점 등을 들어, 확인대상발명 역시 이 사건 특허발명과 동일한 결정 구조를 기초로 하는 것으로 균등 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특허법원은, 이 사건 특허발명이 공지된 두 제약 활성제의 단순한 조합•병용 형태를 넘어, 발사르탄, 사쿠비트릴, 나트륨 이온, 물 분자가 1:1:3:2.5의 화학양론적 비율로 회합된 신규한 결정질 형태를 개시한 데에 기술적 의의가 있다고 본 후, 확인대상발명은 구성 성분들의 화학양론적 비율이 다르고, 그에 따라 결정체로서 물리화학적 특성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과제 해결원리 및 작용효과가 상이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특허법원은 확인대상발명이 이 사건 특허의 균등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출원 과정에서 결정질 형태의 특정 수화물로 청구범위가 한정되었고, 이 사건 특허발명의 화합물을 제외하는 형식으로 분할출원이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할 때, 확인대상발명은 이 사건 특허의 청구범위로부터 의식적으로 제외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특허법원의 판단을 유지하면서, 특허권자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먼저, 확인대상발명과 특허발명의 과제 해결원리가 동일한지를 가릴 때에는 청구범위의 구성을 형식적으로 추출할 것이 아니라, 명세서의 기재와 출원 당시의 공지기술 등을 참작하여 특허발명에 특유한 해결수단이 기초하고 있는 기술사상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실질적으로 탐구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선행기술을 참작하여 특허발명이 기술발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과제 해결원리를 얼마나 넓게 또는 좁게 파악할지 결정하여야 한다는 기존 판례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이 사건에 있어서 대법원은, 명세서에 발사르탄과 사쿠비트릴이 초분자 복합체를 형성하는 원리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실체가 확인된 고체 형태는 2.5수화물에 한정되어 있는점, 우선일 당시 기술수준에서도 공동 결정체 또는 복합체의 결정 구조나 분자 배열을 예측하기는 어렵고, 그에 따른 물리화학적 특성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이 사건 특허발명의 기술적 기여는 발사르탄과 사쿠비트릴을 나트륨 이온 및 물 분자와 함께 1:1:3:2.5의 화학양론적 비율로 회합시켜 하나의 화합물처럼 거동하는 초분자 복합체를 특유한 해결수단으로 제시한 데 있고, 물 분자의 개수가 다른 화합물에 대해서까지 기술발전에 기여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확인대상발명은 과제 해결원리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균등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 의식적 제외 여부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살필 필요 없이 확인대상발명은 특허의 권리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