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S

제일특허법인은 IP 최신 동향 및 법률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합니다.

뉴스레터

복수의 영업비밀 침해자에 대한 공동 범죄 및 각 행위에 대한 개별적 유죄 인정

  • March 31, 2026
  • 박은진 변리사/ 김민지 변호사

종래의 확립된 판례 입장과 달리, 대법원은, 복수의 당사자가 불법 취득한 영업비밀을 공동으로 사용한 경우에, 공동으로 영업비밀 침해를 실행한 행위자들 사이에 이루어진 영업비밀의 이전이 영업비밀의 공동 불법 행위와 별도로 개별적인 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침해 행위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영업비밀의 ‘누설’ 또는 ‘취득’ 행위 자체 역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상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며, 이에 대하여 각각 독립적인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5도11906 판결).

 

 

사건의 배경 

​ 

본 사건은 카메라 모듈 검사 장비 기술과 관련된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비롯되었다. 피고인들은 국내 기업의 전직 직원들로서,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검사 장비에 사용되는 이른바 “grabber” 부품의 설계 및 제조를 담당하던 엔지니어들이었다. 피고인들은 퇴직 이후 해외 경쟁업체에 고용되어, 국내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을 이용하여 동일한 기능을 갖는 경쟁 grabber 제품의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영업비밀이 국외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그 의도를 가지고 이를 취득하고, 나아가 제3자에게 이를 누설한 행위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문제가 된 영업비밀에는 소스코드 파일, 회로도 및 부품 목록 등 grabber 기술과 관련된 기술자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검찰은 이러한 자료들이 USB 저장장치 및 단체 채팅 메시지 등을 통하여 피고인들 사이에서 전달되었으며, 해외 경쟁업체를 위한 경쟁 제품 개발에 공동으로 사용될 목적으로 공유된 것이라는 점에서, 각각 별도의 영업비밀 ‘누설’ 및 ‘취득’ 행위를 구성한다고 주장하였다.

 

 

▶ 하급심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피고인들 중 사용자로부터 불법하게 취득한 영업비밀을 최초로 유출한 자들에 대하여 영업비밀 ‘누설’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또한 법원은, 피고인들이 영업비밀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고 보아, 영업비밀 ‘사용’에 관한 유죄 판단도 유지하였다.

 

그러나 피고인들 상호 간의 영업비밀 교환 행위와 관련하여, 법원은 해당 행위가 영업비밀 공동 사용을 위한 공범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법원은 침해자들 사이의 영업비밀 이전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제3자에 대한 누설’ 또는 ‘제3자로부터의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며, 복수의 침해 행위자가 관여된 영업비밀 사건에서 기존 판례가 취해온 입장에 따라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면서, 복수의 공동 범죄 행위자 사이의 영업비밀 이전 행위의 법적 판단의 기준을 확립하였다.

 

대법원은, 행위자가 불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알려주거나 넘겨주는 경우에는, 제3자 함께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기로 공모하였거나 실제로 함께 영업비밀을 사용하였는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를 알려주거나 넘겨주는 행위를 한 자에게는 영업비밀 누설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위반죄가, 이를 알게 되거나 넘겨받은 제3자에게는 영업비밀 취득으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위반죄가 각각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의 판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 연혁을 검토하면서, 2019년 1월 8일 개정으로 지정된 장소 밖으로 영업비밀의 무단 유출, 반환 또는 삭제 요구 이후의 보유, 절도·사기·강요 등 불법한 수단에 의한 취득, 그리고 이러한 불법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면서 이루어진 취득 또는 사용 등 다양한 유형의 위법행위를 규율 대상으로 포함하도록 법이 확대되었음을 지적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입법의 변천이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기 위하여 처벌 대상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명확한 정책적 목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위반 여부 및 그 범죄의 성립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입법 취지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다음으로, 대법원은 영업비밀의 ‘누설’ 및 ‘취득’은 ‘사용’과는 별개의 행위로서, 반드시 사용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며, 통상적으로 그러한 절차를 거치는 것도 아니라고 보았다. 즉, 업무 수행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인지하게 된 자는 별도의 취득 행위 없이도 이미 영업비밀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는 ‘누설’ 및 ‘취득’ 행위에 대하여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가할 의도”만을 요구할 뿐, 실제 사용을 범죄의 목적이나 요건으로 요구하지 않는다고 확인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영업비밀의 ‘누설’, ‘취득’ 및 ‘사용’이 결합된 경우는 단순 사용에 그치는 경우보다 보호 법익에 대한 침해 정도가 크고 책임 비난 가능성 또한 더 높다고 보았다.

 

 

▶ 판결의 의의

​ 

본 판결은 종래의 국내 판례 입장에서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향후 국내 영업비밀 분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공동 침해 행위자 간 영업비밀 이전 행위를 각각 ‘누설’ 및 ‘취득’이라는 별개의 범죄로 인정함으로써,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형사책임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각 이전 행위를 별도의 범죄로 기소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형벌이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