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S

제일특허법인은 IP 최신 동향 및 법률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합니다.

뉴스레터

서울고등법원, 퀄컴의 표준특허 라이선스 모델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

  • September 30, 2020
  • 최세환 변리사/ 박현자 변리사

Qualcomm Incorporated(이하, “퀄컴”)은 표준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에 관한 라이선싱 비지니스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어 왔다. 하지만, 퀄컴 특유의 라이선스 모델은 전세계적으로 반경쟁적 행위라는 지적을 받아왔고, IP5 국가의 반독점 담당기관과의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퀄컴이 FRAND 확약(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Commitment)을 위반했음을 주요 이유로 하여 행정/사법 절차를 진행하였고, 이들 절차에 국내외 다국적 기업들이 관여하였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퀄컴의 표준특허 라이선스 관행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사건번호 제201748). 판결 선고일은 2019 12 4일이었는데, 퀄컴이 판결문 공개제한 청구를 하였고, 이 청구에 대한 기각결정 확정 후 20206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사건의 경과

 

공정위는 퀄컴의 라이선스 관행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0152월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였다. 퀄컴의 경쟁사 및 고객사가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내부자료를 제출하였다.

 

조사에 협조한 기업 중, 인텔과 미디어텍은 모뎀 칩셋 제조업체로서, 퀄컴의 직접적인 경쟁사이다. LG와 애플은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로서, 모뎀 칩을 퀄컴으로부터 구매하는 고객사인 동시에 표준특허의 실시권자이다. 삼성과 화웨이는 모뎀 칩과 휴대폰을 모두 생산하며, 퀄컴에게 통상적인 라이선스를 요청하였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조사 결과 공정위는 2017 1월 퀄컴에 대하여 라이선스 관행을 시정할 것을 명하는 처분을 하였다(의결 제2017-025).

 

퀄컴은 해당 처분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하였고, 전술한 기업들은 공정위 측 보조참가인으로서 소송절차에 참여하였다.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삼성과 애플은 퀄컴과 화해하여 소송에서 탈퇴한 반면, LG, 인텔, 화웨이, 미디어텍은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참가를 유지하였다.

 

 

▶ 퀄컴의 라이선스 모델

 

공정위는 퀄컴이 표준특허 및 모뎀 칩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는 사업자로서, FRAND 확약을 지키지 않고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았다. 위법이라고 지적된 퀄컴의 행위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구분된다.

 

 

(i) 라이선스의 거절(Refusal to License): 경쟁 관계에 있는 칩셋 제조업체에 대하여, 퀄컴은 자사의 표준특허에 관한 소진적라이선스 허락을 거절하였다. 적법한 판매에 의해 특허권이 소진되는 라이선스 계약 대신에 퀄컴은, 경쟁 칩셋 제조사에게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만을 약정할 뿐 경쟁사의 칩셋을 구매하는 기업에게는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부제소 특약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라이선스의 거절정책으로, 경쟁사가 퀄컴의 특허기술이 구현되는 모뎀 칩을 휴대폰 제조업체에 판매하더라도 특허권은 소진되지 않게 되었다.

 

(ii) 노 라이선스 노 칩(No license, No chip):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에 대하여, 퀄컴은 자사의 모뎀 칩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표준특허의 실시에 관한 별도의 로열티 지급을 강제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노 라이선스 노 칩정책이 전술한 라이선스의 거절정책과 결합함으로써, 휴대폰 제조사는 퀄컴 이외의 업체로부터 모뎀 칩을 구매하더라도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더해 퀄컴은 모뎀 칩 공급의 감축중단보류를 위협하거나 실행하면서, 휴대폰 제조사에게 라이선스의 체결과 이행을 요구하였다.

 

(iii) 라이선스 조건(License Terms): “라이선스의 거절노 라이선스 노 칩정책에 의해 구축한 유리한 지위를 발판 삼아, 퀄컴은 자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휴대폰 제조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로열티 산정 시 모든 특허에 대하여 칩셋의 가격이 아닌 단말기의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 그리고, 무상의 크로스 라이선스를 허여할 것을 계약의 조건으로 포함시켜 퀄컴을 중심으로 하는 특허 우산을 구축한 것이다.

 

 

▶ 공정위 처분

 

공정거래법은 제3조의21항제3호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에서, (a) 거래상대방에게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타당성이 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행위, (b)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는 거래 또는 행위를 강제하는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고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퀄컴의 라이선스 관행 중 (i) 라이선스의 거절은 심사기준 상의 “(a)” 행위, 그리고 (ii) 노 라이선스 노 칩 (iii) 라이선스 조건 강제는 “(b)”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공정거래법 제3조의21항제3호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퀄컴에게 해당 위법행위를 시정할 것을 명하는 것과 함께,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이 과징금 액수는 공정위 역사상 최고금액으로 알려져 있다.

 

 

▶ 서울고등법원 판결

 

퀄컴의 불복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1) 퀄컴의 (i) 라이선스의 거절 행위 및 (ii) 노 라이선스 노 칩 행위는 위법하며,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적법하다.

 

(iii) 라이선스 조건에 관한 퀄컴의 행위는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2) 라이선스 조건에 관한 공정위의 판단이 부당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퀄컴의 2개 위법행위(라이선스의 거절노 라이선스 노 칩)에 기초하여 산정된 과징금 처분은 전액 적법하다.

 

(i) 라이선스의 거절 행위에 관하여 고등법원은, ① 경쟁 제조사에 대하여 제한 없는 접근이 가능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이 FRAND 확약과 정보통신 업계의 관행에 부합하므로, 퀄컴이 비소진적 계약만을 제안하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한 행위에 해당하며, 나아가, ② 퀄컴이 작성한 내부 문서 내용에 비추어 경쟁사의 모뎀 칩 생산판매를 방해한 의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퀄컴이 경쟁 칩셋 제조사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경쟁사의 모뎀 칩이 탑재된 단말기에 대하여는 특허권 행사의 위험에 노출시킨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퀄컴이 라이선스를 희망하는 경쟁사에 대하여 소진적 라이선스 계약의 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ii) 노 라이선스 노 칩 행위에 관하여 고등법원은, ① 단말기 제조사로서는 모뎀 칩 공급과 별도로 특허 라이선스를 체결할 수 밖에 없는 구조 하에서, 퀄컴이 단말기 제조사측에 불리한 조건을 포함하는 라이선스를 요구하는 것은 불이익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나아가, ② 퀄컴이 휴대폰 단계 라이선스를 통해 로열티를 받고 자사의 칩셋 가격을 낮춤으로써, 의도적으로 라이선스 및 모뎀 칩 시장에서 자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강화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에 대하여 모뎀 칩의 구매와 연계하여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iii) 라이선스 조건에 관하여 고등법원은, ① 휴대폰 가격 기준의 로열티 산정 및 무상의 크로스 라이선스 허여 조항이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법원은 해당 라이선스 조건들에 의해 경쟁 칩셋 제조업체 등에 어떠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였는지를 공정위와 참가인들이 증명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퀄컴은 대법원에 상고하여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며, 전술한 참가인 4사는 대법원 절차에서도 보조참가 하였다(사건번호 제202031897).

 

 

▶ 검토

 

2008Quanta v. LG (553 U.S. 617) 사건에서, 특허권자가 라이선스 계약에서 특허발명이 구현된 제품의 양도에 일정한 조건을 부과하였더라도, 그 조건과 무관하게 적법한 양도에 의해 특허권이 소진된다고 판결한 이후, 퀄컴은 경쟁사에 대한 표준특허 라이선스 정책을 조건부 라이선스로부터 라이선스의 거절 또는 부제소 특약으로 수정하였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서울고등법원은 퀄컴의 수정된 라이선스 정책이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하였다.

 

이와 반대로, 최근 미국의 제9 연방항소법원은, 퀄컴이 FRAND 확약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명시적 판단은 내리지 않았지만, 퀄컴의 라이선스 관행을 금지하였던 지방법원의 판결을 파기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FTC v. Qualcomm, 935 F.3d 752, August 11, 2020). 9 연방항소법원은 퀄컴의 수정된 라이선스 정책이 관련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하였는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한국 및 미국에서 병행하여 진행되고 있는 퀄컴 사건에서, FRAND 확약과 공정거래법(반독점법)을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지 그리고 이에 따른 결론은 어떻게 내려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