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범위 기재로부터 발명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여전히 기재요건을 만족한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9후10296 판결).
▶ 사건의 배경
이 사건 특허발명은 어류 정액 또는 알로부터 분리된 DNA 단편 혼합물에 관한 것으로서, 등록특허의 제3항은 다음과 같다.
[청구항 3]
제 1 항의 제조방법에 의해 얻어진 다음 특성을 지니는 DNA 단편 혼합물.
분자식 평균 : C9.83H12.33N3.72O6.01PNa
분자량 : 50 ~ 1500 kDa
물리적 형태 : 흰색의 결정형 파우더
용해도 : 물과 알칼리에 난용성이며, 알콜에 난용성이며, 에테르와 아세톤에 불용성
입자크기 : 1mm 이하
심사과정에서 거절이유 중 명확성 요건과 관련하여, 이 사건 특허출원 제3항에 기재된 용해도와 관련된 “거의 녹지 않으며”와 “매우
조금 녹으며”라는 표현 및 DNA 단편 혼합물의 “분자식의 평균”이라는 표현이 불명확하다고 지적되어, 이에 대해, 이 사건 특허의 출원인은 용해도 관련 상기 표현들을
모두 “난용성”으로 보정하면서, “분자식의 평균”이라는 표현은 당업계에서 일반화된 기재방식이라고
항변하였다. 이 사건 특허 명세서에는 “난용성” 및 “분자식의 평균”이라는
표현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해 별다른 설명이나 정의는 기재되어 있지 않음에도, 이러한 출원인의 보정과
항변이 인정되어 이 사건 특허출원은 2010년 10월 4일자로 등록되었다.
2017년 특허권자의 경쟁사인 A사는 이 사건 특허에 대해 기재불비 등을 주장하여 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청구인의 특허 무효 사유를 모두 배척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심결을 내렸다.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심결취소소송을 특허법원에 제기하였다.
▶ 특허법원 판결
특허심판원과 달리 특허법원은, 이 사건 특허의 청구항 3은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2호의 기재요건(즉, 청구범위에 발명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기재되어야 함)을 만족하지 못하므로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출원인이 어떠한 용어를
보통의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용어의 의미가 명세서에서 정의되어야 하고, 명세서
전체를 통하여 통일되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특허법원은, 이 사건 특허의 명세서에 ‘난용성’의 의미에 관하여 정의한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는 ‘거의 녹지 않으며’는 ‘불용성’의 의미로, ‘매우 조금 녹으며’는 ‘난용성’의 의미로 파악할 것이므로, ‘난용성’이라는 용어는 불명료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특허의 명세서에 ‘분자식’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하여 별다른 설명이나 정의가 없으며, 청구범위에 기재된 ‘분자식 평균’은 그 분자식의 내용과 분자량의 크기에 비추어 볼 때 ‘실험식 평균’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분자식 평균’이라는 용어로 잘못 사용되었기 때문에 불명확하다고 판시하였다.
▶ 대법원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난용성’은 어떤 물질이 물이나 그 밖의 용매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약 분야에서 통상의 기술자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특허 제3항의 DNA 단편 혼합물이 물과 알칼리, 알코올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진다는 의미로 발명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특허권자가 심사절차에서 명확성 위반의 거절이유를 극복하기 위해 보정 전 청구범위의 ‘거의
녹지 않으며’와 ‘매우 조금 녹으며’라는 서로 다른 표현을 ‘난용성’이라는
동일한 용어로 보정하였다고 하여 보정 후 청구범위의 발명의 범위가 불명확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DNA 단편 혼합물을 구성하는 4종류의 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의
비율에 따라 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의 평균 분자식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은 기술상식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특허 제3항의 DNA 단편 혼합물의 성질을 한정하는
사항인 ‘분자식 평균’이라는 기재가 DNA 단편 혼합물의 분자식 평균이 아닌 DNA 단편 혼합물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의 평균 분자식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을 통상의 기술자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단을 기초로 대법원은, 청구범위 기재요건(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2호)과 관련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범위 기재의 전후 맥락과 기술상식에 비추어 발명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상, 특허발명의 명세서에 특정 용어의 의미에 관한 정의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기재요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본다는 판단 기준을 재차 확인하면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